▲ 나래이동통신이 2000년 2월 9일 23억 원을 들여 한 주당 20만 원에 안랩 주식 1만 1500주를 매입했다는 사업보고서(위). 1999년 9월엔 안랩 주식 5000주를 매매하기도 했다(아래). 안랩 측의 “당시 거래가 드물어 적정 시세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주식 전문가들은 정작 중요한 것은 ‘저가 인수’가 아니라 ‘저가 발행’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BW 발행가 5만 원의 적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안랩 측 해명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출이나 순이익, 다양한 사회·경제적 상황이나 분위기 등을 배제한 채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받은 주식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이라 해서 적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발행가 5만 원은 어떻게 책정된 것일까. 그 가격은 과연 적정한 것이었을까. 이 논란의 핵심은 BW 발행 무렵 장외거래가 없었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BW 발행이 주총에서 의결했다고 하더라도 3자배정을 통해 안 원장에게만 BW가 발행된 이상, BW 발행가격이 시세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면 법인체 및 타 소액주주 채권자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BW 발행 10개월여 전인 1998년 12월 19일 산업은행이 2만 주를 9억 원(주당 4만 5000원)에, 12월 24일에는 LG투자조합이 1만 주를 5억 원(주당 5만 원)에 각각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10개월 전 매입가와 동일하게 책정된 BW 행사 가격은 당시 시세로 봤을 때 적정한 것일까. 1999년 들어 안랩은 98년에 비해 매출은 4배, 순이익은 6배 이상 뛰어오르며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여기에 당시 터진 체르노빌 바이러스 사태 및 벤처투자 붐과 맞물려 안랩의 몸값이 치솟고 있던 상황이었다.


1999년이 안철수연구소가 급성장을 이룩한 시기였다. 안철수연구소가 안철수에게 BW를 발행한 것이 1999년 10월이었다. 1999년에 매출액이 1998년 22억에서 83억으로, 순이익은 1998년 6억5천에서 32억으로 급증했다. 2000년의 경영상황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주액은 1999년에 100억을 넘어섰다. 1999년 매출액과 순이익, 수주액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1999년 10월의 BW 발행가격을 1998년 말 유상증자할 때의 주당 가격 5만원과 동일하게 정했다.


따라서 안랩 매출과 순익,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볼 때 BW가 발행된 99년 10월에는 주가가 상당 수준 급등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안랩의 1999년 매출 및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5배로 뛰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998년의 유상증자액인 5만 원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안랩 측의 ‘장외거래’ 유무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드시 정확하진 않더라도 적정 시세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취재과정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확보했다. 안랩의 대주주인 나래이동통신이 2000년 2월 9일 1주당 20만 원에 1만 1500주(23억 원)를 구입한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BW가 발행된 지 불과 4개월 후였다. 또 나래이동통신이 안랩 주식을 사들인 날은 공교롭게도 액면분할이 실행된(2000.2.9) 당일로 확인됐다.

기존에 보유하던 1만 4615주에 더해 총 2만 6115주를 보유하게 된 나래이동통신은 구입 당일 곧바로 액면분할을 통해 열 배가 늘어난 26만 1150주를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나래이동통신의 거래내역은 무상증자(99.10.27) 후부터 액면분할(2000.2.9) 사이에 안랩 주식이 20만 원에 장외거래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거래가 드문 장외주식의 경우 전후 몇 달간의 거래내역이 시세로 통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랩의 BW 행사가 5만 원은 당시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낮은 가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래이동통신의 거래가를 기준으로 BW 발행의 적정성을 가릴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즉 BW 발행 후 나래이동통신이 주당 20만 원에 안랩 주식을 구입한 것을 기준으로 안 원장이 발행한 BW 가격 5만 원을 저가발행으로 단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BW 발행 4개월 후 주당 20만 원을 주고 23억 원 어치(총 주식의 1%이상)나 구매한 것이 장외거래 시세가 아니라면 대체 어떤 것을 시세라고 할 수 있는가? 당시 장외거래 실적이 없다며 10개월 전 유상증자 시 매입가 5만 원 그대로 BW발행가를 정하고, 기관평가 금액보다 높으니 양심적 책정가였다는 식의 안랩의 해명은 웃기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BW 발행 20일 후 안랩이 13만 주에서 38만 주로 25만 주를 무상증자했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에서 통용되는 산술법에 따르면 무상증자 이전으로 환산했을 경우 안랩은 40만 원이 넘는 거래가치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 무상증자를 193%나 해서 가치가 확 떨어진 뒤에도 안랩은 20만 원에 거래됐던 것이다. BW 발행 10개월 전 5만 원과 4개월 후 193% 무상증자 한 후의 20만 원 중 어느 것이 실제 시세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나. 모든 의혹을 해소하려면 안랩은 1999년과 2000년 당시 안랩 5대 주주 보유주식 증감 내역 및 나머지 9% 안팎을 소유한 기타 주주들의 거래내역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전문가는 “주총에서 BW 발행을 동의 받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총의 참가주주가 합의한 사항이 회사 채권 발행에 의한 회사운영자금 확충 목적에 반한다면 문제가 된다. 특히 경영권 방어 등의 미명하에 특정 1인에게 석연찮은 저가 BW 발행을 동의해줬다면 이 또한 법인에 대한 배임·횡령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http://www.i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312


당시 나래 대표 L 씨는 누구

안랩 이사 겸임…안철수와도 막역

  
나래이동통신이 안랩 주식을 주당 20만 원에 사들일 당시 대표이사는 현재 A 사 대표이사로 있는 L 씨였다. 흥미로운 것은 L 씨가 당시 나래이동통신과 안랩 양측에 이사로 재직 중이었다는 점이다. L 씨는 2001년 9월 나래이동통신이 보유한 안랩 주식 외에도 13만 150주(1.81%)에 달하는 안랩주식을 개인 보유하고 있었다.

L 씨는 안랩 주식 취득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당시 증권가에서도 상당한 화제였다. 당시 일부 언론은 “나래이동통신과 L 이사는 안랩 증자참여가 아닌 장외에서 구주 매입을 통해 주식을 취득했다” “L 이사가 안랩 주가상승으로 벌어들인 시세차익은 대략 9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S 컴퓨터사의 자제로 벤처회사를 운영하기도 한 L 씨는 안 원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금융전문가는 “단정할 순 없지만 당시 사실상 내부관계인이었던 L 씨가 사전에 액면분할 정보를 취득하고 매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나래이동통신이 매입했던 20만 원도 실제 거래됐던 금액보다 낮은 가격이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주변에서 나래이동통신이 안랩 1만 1500주를 매입한 날과 액면분할이 이뤄진 날이 겹친다는 사실을 두고 뒷말이 나돌았던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Posted by 고리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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