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왜 이 문제를 추적하는 걸까?

변양호 국장 구속 때부터 외환은행 수사의 신호탄이라고 봤다. 이헌재 전 장관 뿐 아니라 이강헌, 이달룡 외환은행 행장과 부행장, 그리고 당시 외환은행 주관사였던 모건스탠리의 신재하 전무 같은 분들까지 계좌 추적에 들어갔는데. 이분들이 2003년 7월 15일 론스타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던 10인 비밀대책회의 멤버들이다. 그동안 외환은행 매각에 몸통으로 지목됐던 이헌재 사단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 이헌재 사단이 해선 안될 일을 했다는 것?


외환은행 매각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없는 펀드에게 월권 법 해석이라든가 BIS 조작을 통해 매각을 했던 실체를 밝혀내자는 게 이번 사건이다. IMF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나 은행을 구조조정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헐값 특혜 시비가 이어졌고, 이런 헐값 특혜를 주는 건 공직의 권한과 책임선상에서 하기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인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인맥의 로비를 통해 법률적으로는 안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 인맥은 결국 한 사람으로 통한다?

외환은행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이헌재 전 장관을 중심으로 당시 은행장이었던 이강헌 씨는 중학교 후배이고, 당시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였던 수출입은행 행장은 재경부 시절에 이헌재 전 장관의 오른팔로 알려진 분이다. 또 변양호 국장은 재경부와 금감원에서 총괄을 했다. 이런 것만 살펴보더라도 이헌재 전 장관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이 외환은행과 금감원, 로펌, 회계법인을 망라한 시스템을 갖추고 움직였던 게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 론스타 게이트를 '모피아 게이트'라든가 '이헌재 게이트'로 바꿔 불러야 할 것 같은데?

모피아라는 말은 재경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재경부 출신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해서 마피아처럼 거대세력을 구축해서 경제를 장악하는 걸 말하는데, 이번 외환은행 불법 사건에서 재경부 출신들이 중심인물로 대거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러도 될 것 같다.

- 국회의원 신분으로도 그 실체를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나?

그게 가장 큰 문제다. IMF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나 은행은 사실 국민기업인데, 이런 걸 매각하는 전 과정이 철저히 은폐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는 매각 절차를 공시하고, 누가 어떤 가격 조건을 제시해서 어떻게 팔렸다는 것을 증권위원회에 다 공시한다. 근데 우리나라는 사후적으로 낙찰가만 공개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인 내가 자료요청을 했지만 기업의 영업기밀이라고 해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5년에 국회 재경위에서 외환은행 문서 검증반을 만들어서 서류들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래서 외환은행의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기서도 최종적으로 계좌 추적권이라든지, BIS 비율 조작에 이용된 의문의 팩스 5장은 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사권만 있으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권한이 국회에 없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검찰의 책무가 막중한 것이다.


- 실제로 모피아의 실체를 경험한 적이 있나?

내가 2004년에 국회에 처음 들어가서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재경부의 관리실장인데, 이 분이 8월에 바로 삼성경제연구소로 갔다. 그리고 현재 조달청장 통계청장 관세청장 등 대부분 재경부 산하에 있는 기관들이 다 재경부 실장 출신이고, 현재 청와대의 정책실장 경제수석 경제보좌관 국민경제비서관이 다 재경부 출신이고, 삼성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저축중앙회 등 4대 민간금융협회장도 재경부 출신이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회은행장들도 재경부 출신이고,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의 시중은행 등 다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다. 사실 대한민국의 경제 권력은 모피아 권력과 삼성 권력이 공유하고 있다.

- 이런 부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진 않을까?

공직자 윤리법에 2년 동안 민간기업의 저촉사유를 두고 있는데, 이게 실효성이 없다. 각종 협회 등은 여기 포함되어 있지 않고, 고문이나 자문은 공직자 윤리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재경부 출신들이 민간으로 갈 때 고문이라든가 자문, 협회장으로 가는데 이런 것들이 다 규제되어야 한다. 내가 자본금도 5000만원으로 낮추고, 고문이나 자문협회도 재촉사유에 포함되도록 개정안을 냈는데 2년 이상 낮잠자고 있다. 경제 권력을 쥐고 있는 분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국회에서 책임있게 처리되고 있지 않다.

- 론스타 자체의 문제는 없어지는 건가?

아니다. 론스타가 이런 모피아 세력을 활용해서 대한민국에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소득과 자산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후속조치로 있어야 한다. 외환은행이 대표적인데, 그동안 정부나 관계자들은 헐값매각 범위 내에서 감사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건 헐값매각이 아니라 명백히 불법매각이다. 불법매각이 확인된다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은행으로의 매각 문제도 원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 단순히 매각 차액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처음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자체가 원천무효되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다.

- 본인들은 몰랐다고 할 수도 있지 않나?

이 과정에서 핵심인 이헌재 사단에 대한 철저한 수사, 삼성회계법인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 론스타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론스타 쪽에 로비 사실이 확인된다든가 서류조작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사실 론스타는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점을 정확하게 검찰이 밝혀내는 것이 이번 수사의 초점이다.


Posted by 고리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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