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프레시안의 기사이며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전문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10922171130&section=01&t1=n

이종걸 민주당 국회의원을 만났다. 그는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고 그 가문 전체가 독립운동을 위해 투신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가문의 후손으로 유명하다. 한반도 민중의 역사가 유달리 가진 자들에 의해서 늘 억압받고 착취당하던 역사였기 때문일까, 우리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 말을 외국에서 가져올 만큼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조선인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운 가문의 자손인 그는 지금 어떻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자유란 무엇일까?


관련하여 장자연 사건에 대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장자연 사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다 최근에는 고소도 당했다.

그 사건을 듣고 참담한 마음을 어떻게 달리 표현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성폭력 특별법, 가정폭력 특별법 초안을 내가 만들었는데, 그 법을 만들면서 여성문제에 관한 이해가 많이 생겼다. 비단 그래서만이 아니라 장자연 사건을 접했을 때, '아, 정말이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자연이 그냥 자살한 것이 아니다. 몇 달간을 죽음으로 내몰리다 결국 자살한 것이다. 그 과정에 관계있는 사람들 중에 재벌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재벌들이 수사를 막을 수 있지는 못한데, 힘 있는 사람이 딱 버티고 서서 권력으로 수사를 왜곡시키고, 죽은 사람 주변을 빗자루질로 깨끗하게 정리하고 있더라.

대정부질의 할 때, 00일보, 0사장 이름을 밝혔다고 고소를 당했다. 옆에선 사람들이 말리고 그랬지만 그때 대정부 질문을 안 하면 모를까 하면 이 사건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모두가 다 00일보 0사장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대정부질의를 하는데, 00일보, 0사장이라고 물어봐야 하는가?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대정부 질의를 할 때 사람들도 많았는데 어떻게 이 문제를 안 물어봤는지 모르겠다. 최소한도 나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물었어야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그 당시 3주 동안 00일보, 0사장 때문에 수사가 진행이 안 되었다. 공개한다, 안 한다 가지고 한 1주일을 보내고 수사도 안 되었다. 이 수사가 죽은 장자연 씨 원혼을 얼마나 달랬느냐는 문제를 떠나서 이건 정말 성(性) 학대의 문제다. 모든 사람이 장자연 씨와 같은 상황은 아닐지 몰라도, 그러한 성매매 시장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 배우, 탤런트, 가수와 같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매니저한테 끌려가고, 있기 싫은데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는 여기에 대해서 크게 문제제기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조금 더 정치적인 현안에 대해 들어가 보자. 내년 총선, 대선과 관련 야권통합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경쟁한다면 민주당이 힘들 것이다. 더욱이 야권이 결집이 안 된 상태라면 더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한나라당을 왜 이겨야 하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

현 정권의 정책을 가지고 몇 년을 지속한다면 김수영 시인의 시에서 드러나는 '들풀'과 같은 민중들은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다. 파키스탄을 보게 되면, 몇몇 독점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나라를 지배하고 나머지 국민들은 교육을 안 시킨다.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국가가 발전하려면 국민다운 국민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파키스탄의 경우 몇몇 계층은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 실제 파키스탄에 가보면 사람들이 굉장히 똑똑하고 영리하다. 이러한 국민들을 제대로 교육을 안 시킨다. 소수만 국민으로 인정을 받는다.

현재 한국은 어떠한가? 최근 <경향신문> 기사에서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장인 황창규 씨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사의 내용은 한국 경제의 지나친 대기업 편중 현상을 경고한 것이었다. 국가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핀란드의 노키아사(社)가 흔들리면서 핀란드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설명했다.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10대 그룹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55%에서 지난해 75.6%로 높아졌다고 한다. 파키스탄과 무엇이 다른가? 10대 재벌에 참여하는 사람이 국민의 몇이나 되겠는가? 10대 재벌이라는 소수가 경제적 비중으로 따지면 대다수 국민의 창의력과 아이디어, 노력을 대변하는 것이다. 최근에 대만을 방문해서 놀란 것이 전 국민이 골고루 일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발전된 국가라는 사람들의 인식에 큰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한국은 독점화되고 양극화되면서 재벌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재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우리가 세금을 내기 때문에 먹여 살리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참여정부 이후 민주당은 심판을 받았다. 참여정부를 기적적으로 국민들이 만들어 준 이유는 전 국민이 함께 일하며, 사는 사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재벌이 활동하기 좋게 만들었고, 민생은 엉망이 되었다. 물론 대기업이나 재벌의 기업 활동에 있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좋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은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사실 삼성의 경우 참여정부만큼 좋은 기업 환경이 없었다고까지 이야기를 한다.

10대 재벌이 국내총생산 비중 75.6%를 차지하며 재벌과 관련 없는 국민들은 점점 쓸모없는, 노예와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개인이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혹은 발휘하더라도 뺏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무조건 재벌의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재벌과 중소기업, 재벌과 국민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인데 성경에서나 골리앗이 진 것이지 현실에선 경쟁이 안 되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기 신자유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시장의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했다. 시장은 경쟁이 있어야 시장이다. 그런데 이미 경쟁이 사라져버린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 시장이 죽어버린 것이다. 도박판에서도 질 사람과 이길 사람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은 사기판이다. 도박도 불확실성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것인데, 경쟁을 할 수 없는 시장에서 시장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것은 이미 결정 난 판세에 힘을 실어주는 것뿐이다. 그래서 현 정권 체제 또는 한나라당 방식으로 국가를 지속해서 운영한다면 정말 나라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일환으로 야권통합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야권통합에 있어서 민주당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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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진영 내에서 민주당이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기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많은 세력들이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할 만한 것이 민주당은 지난번 정권을 뺏긴 당이다. 먼저 민주당은 반성을 해야 한다. 민주당을 여타 야당이 볼 때, 색깔이 애매하다고 하기도 한다. 한나라당과 차이가 무엇인지도 헷갈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민주당 중심으로 통합될 수가 없다.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민생안정과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같은 극단적 폐해를 막기 위해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부분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서의 차이를 보인다. 특히 민주당이 하면 못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왜 그런가라고 물으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물음에 대해서 철저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하고 충분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야권통합 과정에 있어 민주당이 양보를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오늘 김대중 대통령 2주기 모임을 갔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역사적 인물로서 김대중 대통령이 가졌던 꿈이 헛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는 원대한 목표에 대해서 민주당 내에 많은 분들이 동의를 하고, 자기 헌신도 필요에 따라 하기도 한다. 또 역사 속으로 퇴장하는 것도 수용하기도 한다. 오늘 모임에 오신 많은 선배들도 2선으로 물러나는 것에 대해 수용하고, 또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고 본다. 이러한 것들이 총화로 모이게 되었을 때, 역사적 흐름 속에서 자신의 과욕이 아닌 최소한도 자신의 역할에 대한 생각과 이성, 스스로의 자생력과 순환하는 순환의 에너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민주당의 혁신과 개혁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왔는데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민주당을 포함한 개혁진보세력이 반드시 집권해야 한다고 보는데, 여기에서 한계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정권을 뺏긴 이유를 살펴보면 그 한계를 살펴볼 수 있다. 당시 국민들은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뺏어서 다른 누군가에게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그때 국민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였는가? 그 이유를 살펴보아야 하고, 그 이후 4년 사이 얼마만큼 달라졌는지,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이러한 한계를 제대로 잘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의문이다. 여전히 민생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서 대통합의 진영을 갖추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이러한 한계 때문이다. 이전의 민주당과 다르게 대대적인 성찰과 반성, 변화를 보였다면 개혁진보세력과의 통합에 있어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함께 하는 데 이견이 없었을 것이다.

근래에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문제가 큰 이슈가 되었었다. 1차 희망버스부터 지속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한진중공업 문제를 포함, 한국 노동의 문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한진중공업 문제는 상징적인 문제이다. 경제발전 초기에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들을 지원해주었다. 그래서 이때 대기업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공익을 위해 내놓아야 할 책임을 느꼈다. 그러나 재벌 2세, 3세로 넘어오면서 이전의 재벌 선대가 국민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망각하게 되고, 국민에 대한 부채의식과 최소한의 공공선의 제공에 대한 책임의식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진중공업도 이러한 경제사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한진중공업은 국민 세금으로 성장해 많은 이윤을 누리던 대한조선공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한국 노동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노동은 이미 어려워졌고, 한 10% 정도도 비교적 고임금에 정규직마저 무모한 이유로 사라지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이러한 상황을 갈 때까지 지켜보다 분노한 시점이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라고 본다. 현 정부가 더 나은 일자리와 양극화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과 야합을 해서 지원해주는 현상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현재 정리 해고되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다른 조선회사로 옮기게 되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가게 되는 것이고, 한국의 사회안전망에 비추어 보아도 재취업에 대한 보장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겪는 상황은 살인과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30년, 40년을 한 직장에 종사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꿈을 키워왔던 사람들에게 해고는 살인과 같은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김진숙 씨가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강력히 문제제기 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하룻밤 만에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사람들이 새벽 5시까지 골목, 골목에서 계속 몰려들었다. 이러한 상황이 나타나는 근저가 무엇인지 희망버스에 참여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프레시안(최형락)

1차, 2차, 3차 희망버스에 계속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에 있으면서 느낌이 어떠했나?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휴일을 온전히 지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개인의 일상을 감당해 나아가는 것도 어려운데, 이렇게 모인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3차 희망버스 때 거리를 둘러보니 누워서 자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모이는 단위나 성격이 정형화된 것은 아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절대적 모순이 응축되어 있는 부산 영도 크레인 앞에 모여 그것을 깨기 위해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것에 희망을 갖고 모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너 번 희망버스로 부산현장에 내려가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만나던 분들을 다 볼 수 있다.(웃음) 어느 정도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이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작가들도 많이 왔다. 소설이나 글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보기 힘든 작가들도 다 볼 수 있었다. 거기서 이루어지는 사회 이야기들은 지금 생각해봐도 상당히 좋은 논의들이었다. 새벽 두세 시쯤 김진숙 씨가 핸드폰을 사용해 연설을 하는데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다. 교회 부흥회보다 훨씬 강한 청심제를 맞고 가는 것 같았다. 동이 트고 헤어질 때도 서로 아쉬워하고 더 있고 싶어 하는 모습이 나에게 인상 깊었다. 희망버스를 타고 대략 다섯 번 정도 왕래하면 전국에 보고 싶은 사람들은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정치권이 희망버스를 하나의 이벤트로 삼아선 안 되고, 희망버스에서 나타난 사회적 욕구, 희망들을 미래지향적인 행동강령과 구체적 실천목표들로 정할 생각들을 해야 한다.

관련하여 현재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역사적으로 파트타임,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사회 노동 형태의 일부로서 존재해 왔던 국가와 그것을 일부 차용한 미국과 같은 국가로 그 유형을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유럽의 경우라 생각해 볼 수 있다. 노동권 보장의 측면으로서 파트타임 또는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역사적 배경을 가진 국가들이 유럽에는 많다. 반면, 한국 비정규직의 경우는 저임금을 만들기 위한 여러 선택지 중에 하나로 존재한다. 근로계약의 조건을 사용자의 입장에 맞추어 만든 것인데, 상대적으로 힘없는 노동자의 조건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서의 비정규직은 사용자 입장에 편향된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는 필립스라는 큰 전자회사가 있고, 또 그 회사에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네덜란드 대학생들에게 어느 회사를 더 선호하느냐고 물었을 때, 많은 수의 학생이 대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여러 형태의 노동이 대기업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파트타임 형태의 일을 대기업에서 하게 되면 공부를 병행하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의 여러 형태가 노동자들의 선택지를 넓혀 주는 좋은 조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의 경우는 노동자의 근무기간이 길어지거나 임금이 높아지는 경우, 임금을 낮추거나, 노동자를 밀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대기업 내 파트타임 또는 비정규직이라는 직종이 있어서 더 선호되는 것인데, 한국의 경우 대기업에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나쁜 노동조건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이런 한국적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강조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파트타임제가 짧은 시간 노동을 하고 근무 연속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을 많이 지급해야 해서 사용자들이 불편한 경우가 있다. 같은 비정규직이지만 한국과는 전혀 다른 형태인 것이다. 한국은 노동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노동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노동 문제는 사람에 대한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한국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노동은 곧 사람에 관한 문제라는 인식이 생길 때 한국에서의 비정규직 문제 또한 근본적으로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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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 어려운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솔직한 심정으로 요새는 젊은 청년들에게 죄스러워서 정치를 못하겠다. 여태껏 내가 정치를 했다고 하는데 사회가 이 정도인가는 생각을 해 볼 때 그런 생각이 든다. 젊은 청년들이 한국에서 공부하며 살아가는 것이 불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대학 졸업을 한 청년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청년들이 가고 싶다는 직장도 대부분 공무원,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 대기업 등인데 이들 업계의 1년 일자리가 기껏해야 5만 개 정도이다. 그런데 1년에 대졸자가 대략 65만 명이다. 나머지 60만 명은 처지에 따라 일자리를 잡는 것이다. 청년들의 90%가 희망을 찾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의 책임은 최소한 정치권에 50% 이상은 있다고 본다. 지역구에서 나오는 불만을 들으면 내가 할 말이 없다. 지역을 봐도 생활 수준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나에게 불만을 표하는 것이 당연하다. 취직 시험을 보면 대부분의 많은 청년들이 다음 기회에 보자는 대답을 회사로부터 듣는다. 이런 현실 앞에서 정치인으로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몇 사람만이 행복한 나라가 아닌 대다수가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는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현재 청년들의 상황을 볼 때, 내가 무엇을 권유할 만한 입장이 아닌 것 같다. 그저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자유인을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역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종걸에게 자유란?

나에게 자유란 서로, 스스로 경쟁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자유는 경쟁할 수 있는 상태가 보장이 될 때 이루어진다고 본다. 추상적인 자유를 이야기하기보다 이 시대에서의 자유는 언제라도 자신만의 특성을 가지고 구속받지 않는 경쟁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 그러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것이 자유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문제는 이러한 자유를 특정한 사람들만 누리고,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 및 정리: 김경미, 양태성 정치경영연구소 연구원)

정치경영연구소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함의를 정치 및 정책적 맥락에서 찾아내는 일입니다. 과연 자유는 진보적인 걸까요? 그렇다면 그 구체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진보적 의미의 자유를 스스로 누리고 있거나 타인을 위하여 퍼트리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나의 자유와 타인의 자유,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자유, 그리고 자유와 평등은 상호 어떠한 관계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정치경영연구소의 청년 연구원들이 자유와 관련된 이 많은 문제들을 현실에서 해결 또는 극복해가고 있는 분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작정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자유 이론가 혹은 실천가 분들께 (자신과 타인을 위한) 자유를 실천하는 방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여쭤보겠다는 겁니다. 아마도 그분들은 젊은 저희들에게 자신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앞으로 모든 인터뷰 내용은 잘 정리하여 여기 이 자리에 항상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저희와 함께 이 자유의 향연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 이 연재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의 기획, 취재, 집필에 의해 진행됩니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Posted by 고리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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