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자가 자영업자 살리기를 위해 간이과세 대상자 기준을 기존 연매출 4800만 원 이하에서 9600만 원으로 두 배 높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참여연대가 30일 논평을 내 "선거철 표를 의식한 공약에 치우치는 기존 정치권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다"며 정면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간이과세제도가 세금탈루를 부추기고 과세형평성을 저해하는 만큼, 아예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안 후보는 약 7482억 원에서 9855억 원에 달하는 세수 손실이 전망되는 간이과세제도 확대 공약을 제시했다"며 "이는 복지재원의 마련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복지와 경제를 연결시키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던 후보 스스로의 입장과도 맞지 않는 공약"이라고 질타했다.

간이과세제도란 간단히 말해 일정 수준의 연매출(현재 기준 4800만 원) 이하인 영세 자영업자에게 세금계산서 발행의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부가가치세가 처음 도입된 1977년 당시 영세 자영업자들이 세금계산서를 작성할 능력이 없다는 판단 아래 마련됐다.

그런데 이로 인해 국가가 마땅히 걷어야 할 간접세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

일반과세자는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매입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는 전액 공제받는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억 원을 올린 사업자라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1000만 원을 국가에 납부하고, 대신 영업을 위해 쓴 매입액에 포함된 부가가치세는 공제받는다.

반면 간이과세자는 매입세액의 일부만 공제받을 수 있지만 대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현금거래를 통해 소득탈루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매출에 대해서도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즉, 간이과세자가 거래상대방인 일반과세자의 매출누락을 조장해 세원 감소 원인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옷가게 주인 A씨가 2200만 원 어치 인테리어를 B인테리어업자에게 맡길 경우, A씨가 일반과세자라면 B에 2200만 원을 지불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다. 그리고 B는 부가세 200만 원을 국가에 납부하며 A씨는 200만 원 전액을 공제받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갓 창업하는 자영업자는 간이과세대상자가 된다. 이 경우 A씨는 부가세의 일부만 공제받는다. 따라서 부가세를 전액 내야 할 유인이 없다. 차라리 현금으로 부가세를 제외한 2000만 원의 결제만 하는 게 유리하다. 이 경우 B는 국가에 납부해야 할 200만 원을 탈세하는 꼴이 된다.

결과적으로 간이과세제가 탈세를 조장하는 것이다. 더구나 초기 창업비용이 상당액이 드는 자영업자로서는, 간이과세제 대상자가 됨으로써 연말에 환급받아야 할 납부세금의 일부만을 공제받는 불리함도 안게 된다. 간이과세제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제도라기엔 허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특히 간이과세자로 등록될 경우 생기는 각종 혜택 때문에, 사업자가 연매출 규모를 축소 신고해 소득세 납부액을 줄이는 유혹에도 빠지게 된다. 사업자가 소비자를 대리해 내야 하는 부가가치세를 자신의 이익으로 속이는 일이 발생하는 셈이다. 아직도 적잖은매장이 현금거래를 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간이과세제도의 확대는 자영업자 및 소규모 영세기업들의 부가가치세 탈세와 사회보험료 기피를 조장하고 소득세나 법인세 탈루로까지 이어져 세원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비공식 고용의 증가를 통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자영업자의 세금 탈세율이 높은 상황에서, 간이과세구간을 확대할 경우, 막대한 조세수입 손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소득수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자영업자가 복지혜택을 누리게 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0년 현재 연매출 1억 원 이하인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율은 71.7%에 달했다.

현재 안 후보가 고려하는 간이사업자 과세기준(9600만 원 이하) 대상자의 70% 가까이가 현재도 탈세의 유혹에 심각하게 노출된 상황임을 짐작 가능한 수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가 과세와 복지의 기준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지금도 큰 조세의 허점을 보완하고, 그로 인해 마련한 세원으로 복지를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간이과세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불합리한 권리금 제도, 높은 임대료 등을 규제하고 자영업자 수를 줄이는 한편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안 후보가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보편 증세' 주장에 비춰봐도, 간이과세 제도 확대는 맞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항상 상식을 강조하던 안철수 후보가 이런 조세공약을 제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당초 보편증세까지 생각한다던 안 후보가 과세기반을 훼손하는 공약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가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보편 증세' 입장과 배치되는 공약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참여연대는 "간이과세 대상을 일단 확대하면 이후 복원이 어렵다는 점에서도, 당장은 자영업자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으나 결국에는 혼란만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의 논평에 대해 안 후보 캠프 홍석빈 정책부대변인은 "간이과세 확대는 물가상승을 감안한 현실화"라며 "과세투명성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심각한 자영업자를 도와줘야 할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홍 부대변인은 "물가를 감안하면 여전히 영세한 사업자임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아 일반사업자로 전환되면서 조세 부담 및 세무 행정부담이 늘어나 영세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더 낮아지는 불합리성을 축소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1030184522&section=02

Posted by 고리니케
,